IIT 델리, IIT 칸푸르, IIT 조드푸르, IIT 로파, IIT 타밀나두 등 인도 공과대학 네트워크를 발판 삼아 국내 성장 단계 기술 기업의 인도 진출을 돕는 액셀러레이터가 있다. 2017년 설립된 유니콘인큐베이터의 김진아 대표는 9년간 60여 개사의 인도 진출을 지원해왔으며, 2025년에는 IIT 델리·타밀나두와 MoU를 체결하고 2026년 5월 25일 뉴델리에서 새 협업 모델 ‘테크 상감(Tech Sangam)’을 출범시켰다.
유니콘인큐베이터가 9년간 지원한 60여 개사 가운데 프로그램 종료 이후에도 현지 사업을 지속하는 비율은 약 30%에 그친다. 올해 진행 중인 배치 프로그램은 8기로, 지금까지 인도 고객사 미팅 200건 이상, 투자의향서와 실증을 포함한 협약·계약 60건을 성사시켰다. 김 대표는 이 과정에서 선발 대상을 창업 초기 기업이 아닌 국내 사업화 경험을 갖춘 성장 단계 기업으로 조정했고, C레벨의 직접 참여 여부를 현지 의사결정 속도와 사업 성패를 가르는 요건으로 삼았다.

IIT 네트워크와 테크 마르와리 인재 육성
유니콘인큐베이터가 협업하는 IIT 델리, IIT 칸푸르, IIT 조드푸르, IIT 로파, IIT 타밀나두는 인도 전역에 흩어져 있는 공과대학으로, 이 네트워크는 마하라슈트라, 뉴델리, 하이데라바드, 안드라프라데시 등지에서 진행되는 사업화 활동의 기반이 된다. 김 대표는 이 네트워크와 함께 FICCI, CII, 무역협회, 벤처기업협회 같은 경제단체, 그리고 현지 지자체와의 관계를 활용해 국내 기업의 실증(PoC)과 지식재산 인라이선싱을 지원해왔다.
테크 상감의 핵심 축 중 하나는 ‘테크 마르와리(Tech Marwari)’ 인재 육성이다. 인도 전통적으로 상업에 강한 마르와리 상인 집단의 이름을 딴 이 프로그램은 기술과 시장을 함께 이해하는 현지 영업 인재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 대표는 “테크 상감은 단순한 비즈니스 교환이 아니라 협력적 문제 해결에 관한 것입니다. 한국의 세계적인 기술 정밀성과 인도 시장의 대규모 수요를 연결해 상업적 확장이 지역사회의 변화와 함께 갈 수 있는 국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자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테크 상감 출범, 5개사 1기 참여
2026년 5월 25일 뉴델리에서 출범한 테크 상감 1기에는 델타엑스, 비주얼캠프, 유디임팩트, 서울랩스, 링키스 등 5개사가 참여했다. 이들은 한국의 기술력과 인도 인재의 영업력을 결합해 지속 가능한 현지 사업 구조를 만든다는 목표 아래 IIT 네트워크와 산학협력 관계를 통해 발굴됐다. 김 대표는 향후 2~3년 안에 기업과 기술, 현지 인재를 매칭하는 AI 시스템을 구축해 온라인 플랫폼 형태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2026년 4월 한-인도 비즈니스 포럼에도 참여해 이 같은 산학 네트워크 기반 협업 모델을 소개한 바 있다. 그는 한류 확산이 현지에서 한국 기업을 소개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놓았다며 “인도에서는 BTS를 모르면 부모 자격이 없다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국가 자체를 설명할 필요 없이 기업의 기술과 제품으로 바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인구보다 정책과 지역 산업구조
14억 명이 넘는 인도 인구는 흔히 시장 진출의 매력 요소로 언급되지만, 김 대표는 이 규모 자체보다 정책과 지역별 산업 구조를 먼저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인도의 인구보다 정책을 많이 봤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인도 시장을 모두 가져오려고 하기보다 플랫폼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하면 그 위에서 움직일 사람은 인도에 얼마든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유니콘인큐베이터는 국내 창업진흥원을 통해 발굴된 기업을 대상으로 성장 단계와 C레벨 참여 여부를 확인한 뒤 프로그램 대상을 선정하는 절차를 유지하고 있다. IIT 네트워크와 경제단체, 지자체를 잇는 이 구조는 9년간 축적된 60여 개사 지원 경험과 200건 이상의 현지 미팅, 60건의 협약·계약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테크 상감과 테크 마르와리는 이 경험에서 나온 다음 단계로, 대학 네트워크를 매개로 한 산학협력형 인도 진출 모델이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